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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

[Africa] 3. 파란 마음을 가진 마을 Morocco, Chefchaouen

 

 메디나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시작된 가파른 길과 온통 파란색으로 색칠된 집들은 셰프샤우엔의 특징을 아주 잘 보여주는 듯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메디나 안에서 숙소 찾기란 정말 힘들다. 메디나 안에서는 GPS도 안될뿐더러 지도도 정확하지 않아 항상 헤매기 쉽고 숙소도 일반 집들을 개조한 방식이라 간판이 너무 작거나 심지어 없는 숙소들도 있다. 또 현지인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는 곳들도 있기 마련이다.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1시간쯤 헤매다 우연히 숙소 주인의 친구를 만나 들어가게 되었다. 그냥 일반 가정집처럼 생겼고 작게나마 숙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4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 2층은 대가족이 살고 있었고 나는 4층에 조그만 방에 짐을 풀었다.

 

 쉬기 위해 옥상에 올라가서 본 셰프샤우엔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온통 파란색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고 뒤쪽으로는 보이는 높은 산과 드문드문 보이는 절벽들 또 저 멀리 산 중턱에는 사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다보다는 산속을 좋아하는 나에겐 이 마을이 너무 편안하게 느껴졌다.

 

 

 다음날 숙소에서 만난 러시아 친구와 산에 오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숙소 주인은 아직 산속 길 표시가 되어있지 않아 가이드 없이는 어렵다고 했지만 우린 출발했다. 작년 네팔에서 일주일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등반했던 경험이 있는 나는 이번 등산은 수월할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오르던 중 자신은 산속에 사는 사람이라며 현지인이 다가와 우리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었을까 갑자기 우리에게 팁을 요구했지만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약간의 과일과 과자뿐이었다. 약간의 길 안내를 해준 그에게 미안하지만 우린 진짜 돈이 없다고 과자를 주니 화를 내며 산을 내려갔다. 그렇게 다시 산속에서 우리 둘만 남았다. 다행히 누군가 걸었던 흔적이 있는 길을 따라 올랐지만 보이는 것이라곤 양옆으로 높이 뻗은 산과 절벽을 타며 놀고 있는 양들뿐이었다. 흙과 돌들의 가파른 비탈을 타고 올라보니 도시 전체뿐만 아니라 저 멀리 마을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산 중턱에 다다랐다. 바위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먹었던 오렌지, 과자 그리고 올리브(러시아 친구는 이런 신선한 올리브가 자기 나라엔 없다며 항상 간식으로 들고 다녔다)는 정말 맛있었다.

 

 

 휴식도 잠시 해가 지기까지 2시간도 남지 않았던 상황이라 우린 하산을 결정했다. 문제는 올라왔던 길이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방향과 느낌을 믿으며 내려가는데 아무리 봐도 익숙한 길이 나오질 않고 헤매던 중 쉬고 있는 한 무리의 현지인들을 발견했다. 5마리의 사냥개, 3마리 당나귀로 구성된 3명의 친구들은 4일간 산속에서 약초를 재배하고 내려가는 길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어느덧 해가 지려하고 있어 나와 친구는 먼저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내려가 보았지만 더 헷갈리는 길뿐이었다. 헤매는 사이 아까 만난 무리의 친구들을 다시 만났고 따라가기로 했다. 사실 우린 비교적 완만한 길을 타고 내려가려 했지만 그랬다간 해가 지고도 마을에 도착하지 못한다며 갑자기 가파른 흙으로 된 길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정말로 조금만 방심하거나 걸음 한번 잘못 갔다간 그대로 저 밑 협곡으로 굴러떨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당나귀들 보다 천천히 내려간 것 같다. 그렇게 가다 보니 어느덧 해는 지고 있었지만 익숙한 길이 보였다. 길 안내를 해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우린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얼마 후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사원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이지 모든 긴장이 풀리면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사실 무섭기도 했었고 산속에서 해가 질까 마음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었나 보다. 그래도 다음날 마을은 정말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