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로 5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시내로 들어갈수록 교통체증이 심해짐을 느끼며 경제와 무역의 도시 카사블랑카에 입성하게 된다. 도시의 모습을 갖춘 카사블랑카 역시 빌딩 숲 건너편 메디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기대와 달리 너무 발달된 듯한 메디나의 모습에 실망했고 바로 모험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시내 주변 마을로 어디든 숙소만 있다면 예약을 해놓고 찾아가는 것이다. 시내로부터 남쪽으로 1시간 거리 작은 마을의 숙소를 잡고 다음날 떠나게 되었다.
새벽부터 주룩주룩 내리던 비는 더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유일하게 아는 것이라고는 숙소 주소와 도시를 나가 남쪽으로 가면 나오는 마을이라는 것뿐 이었다. 그렇게 비를 뚫고 첫 번째 버스에 탑승하게 된다. 비를 피해 버스를 탔는데 지붕에서 그냥 물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줄줄 샌다. 어쨌든 기사님께 여쭤보는데 영어가 통할 리가 있나 주변 청년 도움으로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 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없다고 하신다. 그렇다고 택시를 탈 내가 아니기에 결국 도시의 끝자락 정류장에서 내리게 되었다. 다행히 중간쯤 온 것 같고 비도 조금 줄어들었지만 이제 여기서 어떻게 가냐이다. 한 20분쯤 기다렸을까 아무 표시도 없는 일반버스가 오더니 다짜고짜 어디에 가냐고 묻는다. 이 버스의 행선지는 다른 곳이었지만 중간에 마을 근처에서 내려준다는 말에 탑승했다. 이 버스 역시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며 내 가방을 적시기 시작한다. 설마 했던 버스는 다행히 나를 마을 입구에 내려주었다.
바비큐를 파는 식당들과 길거리에서 각종 과일을 팔던 활기찼던 마을 입구와 다르게 안쪽으로 갈수록 사람이 적어지고 공사하다 중단된 듯한 버려진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도만 의지하고 찾아간 결과 드디어 숙소에 도착을 했다. 사방이 밭이었고 내가 있던 곳을 기준으로 더 이상 건물들이 보이지 않았다. 3시간 정도 걸려 찾아온 보람이 있는지 집주인은 티를 대접하며 따뜻하게 환영해 주었고 방은 생각보다 넓고 깔끔했다. 집주인은 보통 우리 집에 올 때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오지 대중교통을 타고 온 사람은 처음이라며 칭찬 아닌 칭찬을 받았다. 비도 왔었고 버스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오직 지도와 방향 만으로 찾아온 게 무모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 재미있었던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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