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the World

[Africa] 1. 메디나의 깊숙한 곳에 들어가다 Morocco, Marrakesh

이예짜니 2021. 6. 6. 23:55

 

 뜨거운 햇살이 내리는 오후 1, 모로코를 시작으로 나의 아프리카 여행이 시작되었다. 전통적이면서도 모던했던 마라케시 공항을 빠져나와 흙빛의 도시를 마주하게 되었다. 정말 강렬한 느낌이었다. 중세 시대 모습의 높지 않은 황토색 건물들, 마법사들이 입는 누더기 망토 같은 의상에 뾰족한 후드를 쓰고 있는 어른들을 보며 이제야 모로코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모로코에는 각 도시마다 메디나라 불리는 전통방식의 건물들과 미로같이 좁은 골목들 그리고 시장과 전통 수공예품을 파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듯했다. 자동차 한 대도 통과 못할 것 같은 좁은 골목들을 걷다 보면 시간을 거슬러 중세 시대의 한 부분에 서있는 듯했다.

 

 

 버스정류장부터 광장까지는 걷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이것저것 사라며 호객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을 지나면 마라케시의 중앙광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원숭이를 목에 매고 돌아다니며 같이 사진을 찍고 돈을 달라는 사람, 피리를 불며 머리가 네모난 독사를 춤을 추게 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였고 더 들어가 보니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원형으로 모여 무언가 공연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 비집고 들어가서 보니 눈을 가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주변 관객 중 한 명의 생김새, 옷차림 등을 맞추고 심지어 생일이나 간단한 개인 정보들도 맞추기 시작했다. 하나씩 맞출 때마다 사람들은 환호를 지르며 뭔가 신비스러운 분위기였다. 주변에 관광객이라고는 나밖에 없었고 모든 게 아랍어로 진행되었기에 힘들었지만 옆자리 청년의 도움으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메디나 골목을 누비다 보면 보이는 것이라고는 수많은 식당, 거리 음식을 파는 가판대, 전통차를 파는 곳, 향신료 가게, 시장 그리고 전통 수공예품을 파는 곳들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관광객들을 위한 것만 같았던 골목 초입과 달리 안으로 들어갈수록 진짜 그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 학교를 마친 듯 전통의상을 입은 학생들이 학교를 나오며 수줍게 인사하는 모습, 좁은 골목에서 바람 빠진 공을 차며 같이 놀자는 아이들, 수레를 끌고 다니며 공사 준비를 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모습이 존재했다. 또 메디나 깊숙이 들어왔을까, 길을 잃고 헤매는 듯 보였던 나에게 다가와 이쪽으로 가면 더 이상 관광지가 없다고 광장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준 많은 어른들까지 이방인의 느낌을 듬뿍 받는 하루였던 것 같다.

 

 여행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우선 나는 박물관이나 관광지 같은 남들이 무조건 가는 곳들을 선호하기보단 하염없이 걸으며 길을 잃고 이름 모를 골목에서 보는 진짜 그들의 생활이나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여행의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1년 반의 시간 동안 아시아, 유럽을 여행하며 발전된 많은 곳보다 예전의 순수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며 살아가는 메디나는 앞으로의 모로코 여행에 큰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